Name

박정민


Title

안락한 경지


Preface

우리는 쉼을 표현할 때 집이라는 장소를 빼놓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우리는 모든 걸 내려놓고 온전히 편안하며 때로는 은밀하고 긴밀하다. 이는 집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외부 요소들로부터 분리되어 안락함과 안정감을 받을 때 행해진다. 우리는 그렇게 날 때부터 자연히 집과의 정신적, 신체적 교류를 통해 사적이고 필수적이며 대체 불가능한 존재임을 받아들인다.

나고 자라 여전히 사는 내 집, 배움을 위해 18년도부터 여전히 사는 또 다른 내 집. 394km 떨어진 두 집을 처음에는 최선을 다해 적응하고 연결하려 했지만 비단 머리만으로 감정을 통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면 한껏 날 선 촉각과 둥둥 뜬 정신에 결국 밝은 빛을 보고야 말았던, 현관 앞 캐리어를 미처 치우지 못한 채 다시 발걸음을 돌리던 그 언젠가가. 끝끝내 통렬한 균열을 만들어 비가시적인 나와 집의 관계에 긴장감을 유발해 정체성에 혼란을 촉발했다. 그렇게 나는 어떠한 의지도 개입되지 않았으나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유랑자가 되었다.

<안락한 경지>는 나와 집의 간극을 메워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 삶을 주도적으로 영위할 방법, 스스로 담담한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이다. 편안함, 안정감, 안녕함, 안온함······ 감정들을 가장 잦게 느끼는 곳이 어디일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무의식중에 발걸음이 향하는 날것의 공간들, 나는 자연을 나의 집이라 명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