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이주형


Title

여전히 남아있을 흔적(여흔)


Preface

시간은 야속히 흘렀다.

너무나도 당연하다 여겨왔다.
휘어도 한참 휘어버린 할머니의 허리를 봐도, 굳을대로 굳어버린 할아버지의 어깨를 봐도 그저 신기하다 여겼을 뿐이었다.
먼지 묻은 손을 봐도 왜 묻었을까가 아닌 더럽다고만 생각했었다.

어느날 깨달았다.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서투르고 투박한 사랑을 주신 할머니에게 이번 작업을 빌어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나는 잘 빚어진 사람이다.
할머니의 손으로, 할아버지의 손으로, 이모의 손으로, 부모님의 손으로, 작지만 많은 손들이 나를 하나하나 빚어주었다.

비로소 그 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점점 짙어져만 가는 주름들에게 그대로 그렇게 있어달라고 듣지 않을 브레이크를 걸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