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김영훈


Title

도시기억상실증


Preface

도시는 기억되는 속도보다 빨리 해체되고, 해체를 인식하는 속도보다 빨리 완성된다. 누군가의 유일한 삶의 터전은 붕괴되고 해체되어 철근과 콘크리트 더미들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이제는 이름이 사라진 장소가 되었다. 도시의 변모는 파괴된 노후화와 완벽해 보이는 완공 모습이 무엇이 시작과 끝인지 짐작하기도 힘들만큼 달라져 있다.

난개발의 상징인 부산의 시가지는 근대적 역사로 인해 비정형적 도시 외관이 부산의 유산이 되었지만, 도시경관정리라는 불투명한 이유로 터에 선이 그어지고 있다. 펜스를 사이에 두고 옛 것과 새 것의 오묘한 알력이 형성된다. 펜스는 그 사이에서 벽인지 아니면 누구의 편인지 알지 모를 무표정한 표정을 짓고 있다.

도시를 바라보는 담담한 시선에서 답답함이 느껴진다. 정형적인 관점은 감정을 극적으로 배제하면서도 그로 인해 누구나 이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무너지는 것과 세워지는 것, 허물어지는 것과 완공된 것 사이에서 오는 태생적 충돌이 시선을 머물게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발자취와 삶의 터를 다시금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